왜 〈악연〉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가?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겉으로 보기엔 범죄, 복수, 배신이 얽힌 누아르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심리 조작(가스라이팅)과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각 인물은 단순히 ‘악’하거나 ‘선’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모두 심리적 균열과 기억의 왜곡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타인의 인식과 판단력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 조작 기술입니다. 〈악연〉에서는 이 기법이 다양한 형태로 인물 간 관계 속에서 활용됩니다.
- 기억의 부정: “그 일은 네가 오해한 거야.”
- 감정의 무시: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잖아.”
- 현실 왜곡: “네가 먼저 그런 행동을 했잖아.”
드라마 속 인물들은 이런 대사와 행위를 통해 서로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자신의 죄책감을 부정합니다.
〈악연〉 속 가스라이팅 사례 분석
1. 박재영 → 이주연
박재영은 과거 이주연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기억을 지우고, 스스로의 죄책감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입니다.
2. 이유정 → 김범준
이유정은 김범준에게 ‘우리는 같은 편이야’라는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심어주며 조종자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은 범준의 분노와 고통을 '공동의 목적'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의 심리 조작입니다.
“우린 다 당했잖아. 같이 갚아줘야지. 그게 정의잖아.” – 이유정
3. 장길룡 → 자신
흥미롭게도 길룡은 자신에게 가스라이팅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며, 타인을 향한 분노로 자기혐오를 무마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거다. – 장길룡의 내면 대사 해석
트라우마란?
트라우마(Trauma)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며 형성되는 심리적 외상입니다. ‘악연’의 거의 모든 주인물은 각각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상처가 아닙니다. 그것은 행동의 동기이자, 관계를 파괴하거나 왜곡시키는 근원입니다.
〈악연〉 속 트라우마 코드 해석
1. 이주연 – 피해자 트라우마의 전형
성폭력 피해 이후, 주연은 일상적인 성공과 사회적 지위로 트라우마를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인 박재영과 재회하면서 트라우마는 되살아나고, 그녀의 내면은 다시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피해자 트라우마가 단지 ‘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2. 김범준 – 복수로 트라우마를 덮는 남자
범준은 사회적 소외와 가족 붕괴를 경험한 인물입니다. 그는 직접적인 고통을 표현하기보다 ‘복수’라는 행위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정당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또 다른 가해자로 변해가며, 트라우마가 어떻게 '연쇄 폭력'으로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3. 이유정 – 가해자 트라우마의 복잡성
이유정은 학창시절의 사건에서 이주연을 조종하고, 성범죄를 유도한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그녀 또한 학대받고 이용당했던 과거를 암시하며,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경계에 존재합니다.
이는 드라마가 피해자-가해자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임을 보여 주고 있다 .
심리학 관점에서 본 드라마의 메시지
〈악연〉은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상처를 통해 현재를 선택한다고. 그리고 그 상처는, 누군가의 기억 속 ‘가스라이팅’된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정의로운 복수조차도 왜곡된 기억과 조작된 감정 위에 있다면 진정한 회복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악연’일 수 있다
‘악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서 관계의 상처, 기억의 왜곡, 심리적 조작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되는 넷플릭스 악연이였다